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홍한별
번역가가 쓴 번역에 대한 에세이다.
흰 고래 <모비딕>에서 이슈메일의 입을 통해 나온 방대한 서사처럼 열네 장에 걸쳐서 비유로써 번역을 말한다.
번역이라는 실체 없는 행위를 말로 설명하려는 기도이자 불가능한 번역을 정의하려는 불가능한 몸짓이라고 한다.
탑, 배신, 교환, 광기, 광기의 치료제이자 길들이기, 낯설게 하기, 조각보 이며 보이지 않는 것이자 사라지지 않는 흔적이고, 빵이자 결핍이며, 틈새, 메아리, 거울에서 다시 탑으로 돌아온다. 비유를 통하지 않고 정의할 수 없는 번역은 흰 고래라 말한다.
언어와 언어 사이를 좁히려는 도전적인 번역의 이야기로써 세월이 갈수록 번역도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변화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공감하며 작가의 의도를 충실히 재연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지만 번안 같은 의역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작가의 공들인 창작물을 마음대로 편집하고 난도질한다고 생각이 든다. 물론 작가가 사는 나라나 그곳의 모든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충실히 직역을 해야 하는 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물론 한강 작가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에게 원작에서 벗어나는 재량을 주기도 하지만 유명 작가 중에선 책 속의 조사 하나까지도 감시하기도 한다고 했다. 원작자가 원하는 바대로 해주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뭐 그렇다고 나보코프의 번역처럼 한없이 무한 주석의 탑을 쌓는 것 또한 바라진 않는다.
사족으로 클레어 키건 책도 두 권 정도 보고 <밀크맨>을 봤으니 이분의 번역도 봤다고 할 수 있겠다.
번역이 된 책들을 많이 접하기에 번역의 중요성과 우리나라에서 번역가의 처우 등은 들어보았으면 번역을 해도 오역이라며 욕을 먹는 경우나 번역으로써 한계와 언어를 옮기는 일에 대한 불완전성을 고려해야 하는 번역가의 고뇌를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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