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순간의 공간들
소란하지만 행복했던, 다정한 그곳에 대한 단상
이주희
사람은 한 공간에서만 정체된 것이 아닌 사회활동을 하며 친구나 가족을 만나고 먹고살기 위해 시장이나 마트를 다니기도 하고 아플 땐 병원도 찾고 여러 곳들을 분주하게 다닌다. 그리고 한때 머문 공간을 스쳐 지나가면 만감이 교차하기도 한다.
바쁜 생활 속에서 도리스 레싱의 책<19호실로 가다>처럼 나만을 위한 편안한 공간을 꿈꾸기도 한다.
어린 시절 엄마 손에 이끌려서 때수건으로 피부가 빨개지도록 벅벅 문질러서 홍색인간으로 변해서 피부가 벗겨진건지 의심스러웠으나 일주일 뒤 다시 가면 어김없이 때가 나오던 목욕탕, 동물원에서 만사가 귀찮은 아버지 얼굴 같은 동물들을 구경했던 기억, 친구와 낭만을 찾아 겨울밤바다를 보러가서는 너무 추워서 들어간 카페 안의 난로 옆에서조차 이가 다다닥거렸던 추억이 생각난다.
주택가 골목길을 산책하길 즐겨서 스치며 본 주택 앞 화단의 철모르는 꽃들을 보기도 하고 대문이나 담 위에 앉아 뒷다리를 번쩍 들며 요가하는 고양이를 물끄러미 바라볼 때도 있다. 그 집 빨래의 섬유 유연제 향을 꽃향기로 착각해서 주변의 꽃을 보려 두리번거리기도 한 멍충이같은 나의 웃픈 일화들을 털어놓게 된다.
그런 공간의 추억들이 따스함과 여운은 오래오래 잔향처럼 내 가슴속에 남아있게 되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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