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고도 가까운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리베카 솔닛
"독서 또한 하나의 여정이다. 눈은 선처럼 펼쳐진 생각을 따르고, 책이라는 압축된 공간에 접혀 있던 그 생각들이, 당신의 상상과 이해 안에서 다시 차근차근 풀려나간다." - P.278 中에서
살구, 거울, 얼음, 비행, 숨, 감다, 매듭, 풀다, 숨, 비행, 얼음, 거울, 살구.
평생 딸을 못마땅해하며 시기하고 불평하던 어머니가 알츠하이머에 걸린 후 어머니 집의 열린 살구를 동생이 모두 따서 자신의 집 안에 들여놓게 되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갑작스러운 다량의 살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곤란한 때에 어머니의 삶과 그녀의 이야기가 나온다. 프랑켄슈타인을 쓴 작가 메리 셸리의 이야기와 체 게바라에 대해서 아이슬란드의 물 도서관에서 지낸 일, 남편과 아이의 시신을 먹을 수밖에 없었던 에스키모 아타구타룩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그 이야기들 끝에 마침내 작가는자신의 어머니를 이해하려 한다. 제목에서처럼 어머니와의 관계가 멀고도 가까운듯하고 집에서 아이슬란드로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귀향을 말하나 싶다.
어느 때는 단호하고 분명하다가 어느 때는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말하는 작가의 말이 그래서 더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하는 책이었다.
작가의 말로 끝맺으려 한다.
"명심하자. 당신은 당신 자신이 아니다. 당신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가장 허술한 배처럼 물 샐 틈이 많고, 삶의 대부분을 다른 누군가로 살아간다. 오래전에 죽은 사람, 한 번도 살아 본 적이 없는 사람,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낯선 이로 살아간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상적인 '나'는 사실주의 소설에 특히 자주 등장하는 물샐틈없이 단단한 그릇 같지만, 사실 그 '나'는 우리가 깨어 있는 시간 동안 경험하는 그 많은 틈들은 하나도 담아내지 않는다. 풀려 버린 끈, 낯선 꿈, 망각과 잘못된 기억, 다른 이들의 이야기 안에서 살았던 삶, 앞뒤가 맞지 않는 일과 일관성 없는 일,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장, 가까이 있는 유령 같은 것,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 P.361~362 中에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 극이나 소설에서 가망 없어 보이는 상황을 해결키 위해 동원되는 힘이나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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