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 긍게 사램 이제. 사람이니 실수를 하고 사람이니 배신을 하고 사람이니 살인도 하고 사람이니 용서도 한다는 것이다. 나는 아버지와 달리 실수투성이인 인간이 싫었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관계를 맺지 않았다. 사람에게 늘 뒤통수 맞는 아버지를 보고 자란 탓인지도 몰랐다."
-P.138 中에서
아버지가 죽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서 평생을 진지 일색으로 사셨던 사회주의 혁명가인 아버지가 말이다. 만우절도 아닌데 죽음 또한 유머러스하기만 하다.
그런데 빨치산이라니 근대 역사에서나 나오는 이야기가 나오다니 좌익 세력과 인민군 패잔병이 지리산에서 조직된 유격대를 일컫는다. 한국전쟁은 한반도에서의 내전이었고 결국엔 어정쩡한 상태인 휴전으로 허리가 나뉜 채 지금까지 불안하게 유지되어 오는 중이다.
여기선 빨치산 부모를 둔 연좌제의 늪에 갇힌 주인공 아리와 빨치산 형과 반목하며 술로 세월을 보낸 작은 아버지와 친척들은 어떤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는지 알 수가 있었다. 또 아버지와 인연을 맺었던 다양한 조문객들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새로운 일이나 잊혔던 일들을 기억해 낸다.
아버지의 소학교 동창이자 삼오시계방을 운영하는 박 선생, 아들이 없는 아버지에게 아들 노릇했던 친구의 아들 학수, 아버지의 담배 친구인 샛노란 염색 머리의 열일곱의 소녀를 통해서 아버지와 일화를 들으며 아버지 고성욱을 새로이 보게 되고 비로소 아버지와의 화해를 하게 된다. 주인공은 아버지를 얼마나 알고 있었던가를 끊임없이 묻지만 나의 경우엔 글쎄여서 말이다. 화해를 하고 비로소 아버지를 해방시키며 아버지의 유언인 '아무 데나 뿌려 삐리라'는 뜻에 따라 아버지가 머물던 곳들을 돌며 유골을 뿌린다.
그런데 저렇게 아무렇게나 뿌려도 되는 건가? 하는 의문과 함께 저렇게 자발적 호구로서의 삶이 장례식에는 빛이 나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는 내가 들은 상황은 아니었던 걸로 알고는 있다. 도움 받은 사람의 열의 하나만이 기억을 한다고 하던데 그 말은 맞는 듯하다. 사실 열에 열도 기억하지 않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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