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 사람의 차지
김금희
"마치 동면을 지속해야 겨우 살아남을 수 있던 시절은 다 잊은 봄날의 곰처럼, 아니면 우리가 완전히 차지할 수 있는 것이란 오직 상실뿐이라는 것을 일찍이 알아버린 세상의 흔한 아이들처럼." -P.93 中에서
총 9편의 단편집.
체스의 모든 것-노아 선배와 국화를 지켜보는 관찰자인 나는 그 둘을 보면서 불확실한 감정을 느끼는 것.
사장은 모자를 쓰고 온다- 사장의 짝사랑을 알아챈 나가 사장과의 어울림 그리고 감정적 전의와 헤어짐.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아내와 장인의 눈치를 보며 1인 출판사 운영을 하다 빚을 지고 출판사를 정리하던 차에 만난 교환을 원하는 것이 아닌 환불을 원하던 낸네와의 만남.
레이디- 중학교 친구인 두 소녀의 휴가지에서 순수한 풋사랑과 관계의 부서짐.
문상- 희극배우의 아버지 상을 당해서 마지못해 가게 된 문상에서 희극배우에게 끌려다니면서 깨닫게 된 이별.
새보러 간다- 이상한 프리랜스 큐레이터 윤의 블로그 글을 책으로 내라는 지시로 만나야 했던 편집자 김수정과의 부딪힘.
모리와 무라-다른 친척과는 다른 숙부의 정갈한 태도만이 아닌 고독하게 감내해왔던 죄책감을 여행지에서 보았던 나.
누구 친구의 류-결혼한 남편의 여동생 현경의 예전 사랑 윤과 쿠바에서 스친 이야기.
쇼퍼, 미스터리, 픽션-고립을 자초한 작가 K가 시간이 흐른 뒤에 마주했던 슬픔의 계기를 마침내 마주 보게 된다.
경쟁 사회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예리하게 관찰하면서 그들이 느끼는 허식과 좌절을 구태의연하게만은 그리지 않고 있어서 그럭저럭 읽어낼 수 있었고 타인의 감정에 너무 깊이 빠져들진 않아서 책 읽는 내내 안도했던 기억과 조금은 마음에 남아 물기 어린 기분을 남기는 책이었다.
작가 자신도 마음 상하는 일을 두려워했다고 피할 수 있다면 피했다고 하니 나와 같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를 보호하고 더 이상 감정이 소모되는 것도 휩쓸리는 것도 싫고 오로지 나 자신을 붙잡기 위해 감정에 휘둘리거나 힘들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타인에게 선을 그어두어서 고립을 자초하는 지금이 오히려 과거의 나보다 낫기에 말이다.
아마도 쓸때없이 휩쓸려서 마음쓰고 피곤해지는 것보다는 평정을 유지하는 편이 더 편안하니까 안주하게 되어버린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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