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독서노트

김영하-작별 인사

오후의 체셔캣 2023. 3. 18. 09:50

 

작별 인사

김영하

 

철이는 휴먼 매터스는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아버지에게 홈스쿨링을 받으며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평화롭게 살아간다. 어느 날 비가 와서 아버지에게 우산을 가져다주러 가지만 정장을 입은 남성들에게 수용소를 끌려가게 되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혼란을 느끼게 되고 나는 누구인가에 의문을 품게 된다. 수용소에서 만난 사회에서 배제된 선이와 민이를 통해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며 우정이 쌓이게 되고 함께 탈출을 하기에 이른다. 아버지는 그동안 자신을 되찾기 위해 재판도 하고 철이에게 연락을 해오기도 하지만 철이는 안락한 삶이 그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렇지 않은 상반된 감정이 든다.

SF 소설이긴 하지만 동양 철학적인 내용이 등장인물들(아버지와 달마나 선이) 과의 대화에서 다수 나온다. 추상적인 삶의 주도권과 생존권 인류의 종말 위기에 직면한 상태에서 휴머노이드, 클론, 인간들이 선택을 이야기한다. 인류 종말이 자기 파괴적인 면을 제시하는 점에서는 수긍이 간다. 철이가 고민하는 문제들은 일상사에 피곤함을 느끼며 대충 넘기고 마는 나를 반성하게 만든다.

마지막 철이의 선택에서 나 역시도 같은 선택이지 않을까 싶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남지 않고 그때그때 생을 연명하는 것에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을 떠나서 영원한 삶을 선택하고 싶지 않다. 내 생체 시간이 끝나면 그걸로 끝을 맺고 싶어진다.

철이는 과연 누구와 작별 인사를 한 것일까?

다음 생엔 우주는 생명을 잉태하고 생명은 의식을 창조하고 의식은 어딘가에 영속되며 지속되어 끝없이 돌고 도는 우주의 흐름 안에서 선이와 민이와 아버지를 다시 만나게 될까?

우주의 흐름을 이야기한 선이는 불교의 윤회 사상과 닮아 보인다.

그렇다면 철이는 작별 인사를 한 것이 아니지 않을까?

그럼 누구와 작별을 나눈 걸까?

푸른 별 지구와 나눈 건가 싶어진다.

 

사족으로 A.I.나 블레이드 러너 같은 SF를 먼저 떠올리게 되었으나 책을 덮고 나서는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가 아닌 양철나무꾼의 시점 같은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