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독서노트

정유정-28

오후의 체셔캣 2020. 2. 23. 15:53

28

정유정


 119대원은 남편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신고 접수를 받고 간 집에서 죽어가는 남자와 죽은 개들의 시체가 난무하고 그 와중에 늑대같이 생긴 개가 탈출을 한다.

 그뒤에 이송 중에 개를 사육하던 남자는 죽고 그 남자가 죽은 원인이 된 빨간눈이라는 신종 전염병이 급속도로 퍼지게 되면서 나라에서는 분지인 화양시를 철저하게 봉쇄해버린다.

  김윤주 기자의 검증되지 않는 기사로 인해 멀쩡히 살아있는 개를 생매장하고 개를 기르던 사람들은 차마 죽이지 못해 놓아주지만 그 개들은 먹이를 찾지 못해서 되려 사람들을 공격하게 된다.

 사람들은 빠른 전염속도에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고 시체는 아이스링크에 가득 차고도 화장을 못해 쌓인다. 질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은 밖으로 빠져나가려고 하지만 계엄령으로 그들에게는 군인들의 무자비한 폭력과 학살이 기다릴 뿐이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약탈과 방화등 폭력 마구잡이로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정신병원에 갖혀있는 연쇄개살해범인 박동해는 불을 지르고 사람을 죽이고 탈출하게 된다. 정말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지옥일 것이다.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몸서리치게 만든다.

 재난 소설의 설정들은 다소 진부하게도 느껴지지만 뭐 거기서거기인 셈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작가 특유의 묘한 설득력이 있어서인지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답답해서 자꾸 보다가 책을 놓게 만든다.

다 읽고 나서까지도 자꾸 생각을 해보면서 마음을 어지럽힌다. 그리고 책은 완벽한 결론도 책 자체가 완벽하진 않지만 몰두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었다. 사실 사건이 일어나고 명확하게 밝혀지는 경우는 나중인 경우가 많고 간혹 밝혀지지 못하거나 다른 쪽으로 돌리는 경우도 많아서 진실은 뭍혀버리거나 나중에나 드러나게 마련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차디차게 식어있을때 말이다.

 

 서재형의 말을 끝으로 말맺음을 하려한다.

"나는 때로 인간 없는 세상을 꿈꾼다. 모든 생명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세계,꿈의 나라를.만약 세상 어딘가에 그런 곳이 있다면 나는 결코 거기에 가지 않을 것이다."   -28P中에서

나 또한 그곳으로 가지 않을것 같다. 그곳을 나로 인해 결코 더럽히고 싶지 않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