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독서노트

김연수-언젠가, 아마도

오후의 체셔캣 2020. 2. 16. 16:02

 

언젠가, 아마도

김연수


"거리를 걷다가 마치 낯선 여행지처럼 느껴질 때가 몇 번 있었다. 나 혼자 하염없이 걷고 있을 때 (이하 중략) 쉽게 구할 수 없는 것이 도처에 널려 있는데도 간절히 원하지 않는 인생이란 어쩐지 낭비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P.27 中에서


안 되는 건 아무리 해도 안된다는걸. 안 되는 걸 뻔히 알면서도 죽을 각오로 덤비면 어떻게 되냐면, 결국 죽으리라는 것.(이하 중략) 설사 패배한다고 하더라도 계속 싸워야 하는 것일까?  -P.46 中에서

;정말 간절히 원하는 일들을 거의 내 몸의 한계와 같은 상황에 몰아넣어 해본 적이 있다. 그 결과 냉방병과 체중 감량과 텅 빈 지갑과 마주했다는 결론. 시간 낭비 수준의 허탈함을 덤으로 알았다고나 할까? 더불어 친구에게 벼룩의 간을 내어먹는다는 말이 내 경우에 딱 맞는 일까지 당했었다.


 "이 인생은 모두 너의 것이고, 그게 외로움이라도 마찬가지야. 네 것인 한에는 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야. 우리라면 그걸 즐길 거야."   -P.57 中에서


"내게 세상의 모든 관광지는 휴일의 놀이공원과 같다. 나는 휴일의 놀이공원을 대단히 싫어한다. 거기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과 또 다른 한 무리의 사람들과 그보다 더 많은 무리의 사람들과, 그리고 그들 모두를 거대한 열린 지갑으로 보는, 완전히 다른 유형의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P.217 中에서

;음 열린 지갑은 아닐지라도 내가 주말마다 마주치는 많은 등산객들을 소음 공해인이나 알코올 홀릭 및 쓰레기 무단투기범과 산에 불내는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앞서는 것처럼 말이죠. 죄송하지만 작년에 제가 다니던 도서관 뒤에 산불이 났는데 등산객들이 담배를 피우다 버린 것이 원인이였다더라고요. 물론 버스 안의 술 냄새도 너무 많이 맡아서 멀미가 날것 같았습니다.


 여행이 낯설지만 설레고 행복감만이 있는 것이 아닌 같이 간 동행들과 싸우진 않을까? 마냥 그들을 따라 좀비처럼 끌려가야 하는 것인가? 하는 등의 걱정과 함께 갔다 와서 오히려 몸도 마음도 모두 피곤해서 일주일은 퀭하게 지내면서 내 페이스를 잃을 것만 같아서 머뭇거리게 되는 것이다. 여행을 다녀와서 의무적으로 예쁜 쓰레기가 될 것 같은 기념품을 나눠줘야 하며, 그때의 여행지에서의 불쾌한 기억만 남을까 봐 걱정이 되는 면도 있다. 게다가 꼭 여행을 가면 비를 부르는 사람처럼 날씨가 좋지 않다던지 날씨가 쨍하니 좋으면 내가 아프다던지 여러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 것도 있었어 여행을 즐기지 못하게 된 면도 있습니다.

 이 책은 그 흔한 사진 하나 없는 여행기. 심플한 선이 있는 그림이 가끔 있는 물론 풍경이 아닌 사람입니다. 그래서 더 독특하다 싶은  자기애 충만하지도 다 너무너무 멋지다는 식이 아니라서 편안하게 볼게 되었네요.


 사족으로 아! 이분이 연필을 사모은다는 작가구나 알게된 동시에 갑자기 연필이 몹시 갖고 싶어져서 가까운 문구점에 들렸다가 사질 못했네요. 이미 갖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라서 말이죠. 과소비 방지 차원상 좋은 일이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