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독서노트

은희경-새의 선물

오후의 체셔캣 2024. 5. 26. 13:31

 

새의 선물

은희경

 

 "고달픈 삶을 벗어난들 더 나은 삶이 있다는 확신은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떠난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기보다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무 확신도 없지만 더 이상 지금 삶에 머물러 있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에 떠나는 이의 발걸음은 가볍다." -P.150 中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배후에는 '팔자소관'이라는 체념관이 강하게 작용한다. 불합리함에도 불구하고 그 체념은 여자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우연히 닥쳐온 불행을 떨쳐내지 않고 받아들이도록 만듦으로써 더 많은 불행을 번식시키기 때문이다." - P.272 中에서

 

"무엇을 믿고 무엇을 믿지 않는다 말인가. 이 세상 모든 것은 다면체로서 언제나 흘러가고 또 변하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사람의 삶 속에 불변의 의미가 있다고 믿을 것이며 또 그 믿음을 당연하고도 어이없게 배반당함으로써 스스로 상처를 입을 것인가. " - P.398~399 中에서

 

 열두 살의 주인집 손녀 진희가 본 따듯한 할머니와 철없는 이모와 대학생이자 고시공부를 하다가 군대를 간 삼촌과 이웃들의 이야기이다.

 여섯 살 때 우울증으로 엄마가 죽고 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진희를 할머니에게 맡겨버린 후 소식조차 없어서 인지 자신은 어릴 때부터 삶이 시작부터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열두 살인 지금에 성장을 완성하게 된 진희가 바라본 주변 인물들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타인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가와 바라보는 가로 분리하기까지 한다.

 진희는 철이 없는 이모보다도 더 성숙하게 처해진 상황을 잘 받아들이면서도 때론 배려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로 진희라는 존재는 자신의 상황으로 인해서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건가 안쓰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