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독서노트

은희경-또 못 버린 물건들

오후의 체셔캣 2024. 4. 6. 09:29

 

또 못 버린 물건들

은희경

 

"역시 인간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복잡한 존재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그것을 의식하는 한 누구나 섬세함이라는 상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타인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복잡한 존재이므로 나의 틀 안에서 함부로 해석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 P.96 中에서

 

" 다른 조건에서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았던 것 같다. 그 생각을 거치고 난 뒤에야 나와 다른 조건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이동의 조건과 권리에 대해서 미약한 관심이나마 보태게 된 듯하다. 내가 멀고 다양한 장소를 내 의지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시스템이,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짓밟거나 배제하고 있지나 않은지에 대해서도." - P.232 中에서

 

나의 경우엔 이사라는 단어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과감히 버리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때 받은 편지들과 크리스마스카드까지 잔뜩 쌓아두고 있었으니 방이이 좁디좁았으리라. 그래서 이사를 하면서 미니멀리스트로서의 삶을 사는 중인데 생각보다 허전한 것이 나한테 더 맞는 듯하다. 감당할 수없이 쌓인 책들도 무게와 부피로 인해 거의 처분하거나 많이 버려버렸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은 문여사님이 모은 피겨린 하나가 넘나 아까웠는데 다음날 부랴부랴 버린 것을 다시 회수하려했으나 그 물건만 없어져서 속상했다. 다른 것들은 있었는데 말이다.

작가의 물건에 대한 산문들은 여러 가지 것들이 생각나게 했고 물건을 많이 소유하는 것을 싫어하게 된 나로서는 게으름뱅이는 물건이 적을수록 청결이 유지되며 쓸데없이 기억하지 않아도 되기에 한결 가벼워진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또한 내가 죽는다면 많은 물건들이 뒤에 남겨질 사람들이 치우면서 얼마나 많은 욕을 할지 싶어서 소심한 마음에 미니멀리스트를 더 유지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민폐다 민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