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김금희
일곱편의 단편들의 면면이 글속의 단어인 '희부윰'처럼 부옇게 안개가 낀듯이 모든 면에서 명확하지 않고 헤매는 듯 하다. 하긴 나 또한 지금의 생에서 헤매고 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이 그것이 들추어지면서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것과 충돌하거나 뒤늦게 사건의 진실이라며 표면에 떠오르기도 한다.
젊은 시절의 한때에 사랑과 상처로 인한 좌절로 그 기억의 현실의 근간으로 축약 된다. 사랑은 개인의 의지나 계획과는 무관한 자연적으로 생성되며 돌이킬 수 없는 아픈 결과를 떠넘기며 사라지는 무책임한 존재 취급을 하는 듯 하지만 결국에선 자신이 선택한 결과임을 인지하며 각자에게 주어진 사랑의 흔적을 받아들인다.
제목과 같은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우리가 가능했던 여름>,<크리스마스에는>,<마지막 이기성>,<기괴의 탄생>,<깊이와 기울기>,<초아>가 담긴 소설집은 작가가 사십 대가 되어 쓴 글이라고 한다. 생의 중반이란 인식으로 인해 더 쓸쓸해지는 느낌이 드는 건가?
책에서 <기괴의 탄생>에서 참으면 미워하게 된다고 했던 작중 인물 리에의 말을 곱씹으니 그런 것만 같다. 말하면 상대방이 기분이 나빠지고 내가 쫌스러워 보일것만 같고 그렇게 참고 참다가 결국엔 그 상대방을 원망하며 미워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말하면 상대방의 반응은 뭐 그런걸로 라며 치부해버려서 결국엔 멀어지고 마는 씁쓸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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