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독서노트

문보영-불안해서 오늘도 버렸습니다.

오후의 체셔캣 2021. 7. 17. 10:54

불안해서 오늘도 버렸습니다.

문보영

 

 보통의 나날들에서 하나씩 버릴 때의 이야기라니 다소나마 신선했던 그래서 단순한 호기심에 책을 집어 들게 되었는데 의외로 소소한 즐거움이랄까 나와 비슷한 면모도 보이고 아닐 경우에도 '음. 이 사람은 그렇구나.' 하는 생각과 전에 친구가 연말 분위기와 나이 먹는 것이 싫어서 나한테 싱가포르에 갈래라고 했던 기억이 생각이 나네요. 한 달간 집이 비워져서 그곳을 머물 수가 있으니 함께 가자고 했는데 무려 한 달이라는 이야기에 당황했던 기억이.. 미안 그때나 지금이나 비루한 직딩이라서 말이다.

 게다가 나에겐 별 매력이 없는 껌만 씹어도 벌금이 어마어마하다는 엄한 나라라고 들어서 소심한 나에겐 무리인 것 같아~라고 해서 그런 황당한 거절은 처음이라고 한 친구. 미안... 그때 이상하게 그런 생각으로 거절을 했구나 싶다.

 작년 이사로 인해 타의반 자의반으로 책들과 이쁜 쓰레기들과 옷과 오래된 가구들을 거의 다 버리게 되어서 이젠 더 버릴 것이 없다 싶었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그것 또한 버리면 홀가분해질까 싶은 생각들로 버린 만큼의 추억과 힘듦의 무게를 조금은 가벼이 할 수 있으려나 버리지 못해 부여잡고 있는 것을 버릴 때 내 불안한 마음은 조금은 산듯해지려나? 

 사족으로 내가 버린 것들 중에 편지들과 카드들을 모아놨었는데 대부분 버리는데 경비 아저씨가 결혼하냐고 물어서 황당했던 생각(아마도 연애편지들이었다고 생각을 하셨나보다)과 그리고 내가 어릴 때부터 수집한 카세트테이프들을 몽땅 버려야 할 때의 그 슬픔이 생각이 난다. 대부분이 정품이었는데 버리고 나서 라디오를 듣다가 그게 돈이 된다는 배순탁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울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