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천명관
천하에 보기 드문 박색의 노파는 대갓집 도련님인 지능이 떨어지는 반편이와의 사이에서 에꾸를 낳았으나 벌치기에게 팔아먹고 세상에 복수하기 위해 돈을 모으는 중에 넘어져서 자리보전을 하다 돌아온 딸 에꾸에게 죽게 됩니다.
홀아비와 살던 산골소녀 금복은 생선을 팔러 다니는 생선 장수의 차를 얻어타고 바닷가 마을로 가게 되고 그때 본 고래를 보고 매료되죠. 생선 장수와 함께 어촌에서 건어물을 말리면 좀 더 오래 보관도 하고 파는 것도 비싸게 받을 수 있어서 성공하게 되지만 자신이 강간 당할 뻔했던 위기에서 구해준 힘센 걱정이라는 청년과 눈이 맞아 떠나게 됩니다. 그러다 걱정은 일을 하다 크게 다쳐 대신 생계와 약 값을 벌기 위해 궂은 일을 하지만 남편은 바람을 피운다며 폭행을 합니다. 어느 날 금복은 흰색 양복을 입은 건달 칼자국과 영화를 보게 되다가 그의 제안으로 걱정과 함께 한집에 동거를 하게 되죠. 몸이 거대해진 걱정은 바다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하고 뒤쫓아간 칼자국이 죽인 것으로 착각하고 금복은 칼자국을 없애버리고 거지들과 떠돌게 되다 임신을 해서 쌍둥이 자매의 마구간에서 아기를 낳게 됩니다.
아기는 4년 전에 죽은 걱정을 닮아 몸은 거구로 자라지만 벙어리에다 자폐 증세가 있는 듯 합니다. 금복은 국밥집을 운영할 사람을 구한다는 말을 듣고서 딸 춘희를 데리고 평대에 가게 된거죠. 그곳에서도 만만치 않지만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나 별별 법칙들이 난무하고 설화적인 데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허풍 가득한 음담패설들의 이어달리기와 여성 서사인지 복수극인지 왜 자꾸만 유령과 죽은 자들이 다시 좀비처럼 나타나는 건지 알 수가 없는 구라쟁이의 환장할 만한 뻥인 것처럼 느껴져서 번번히 책을 놓다말다 하네요. 가뜩이나 더워 죽겠는데 책까지 이러냐?
사족으로 아마도 내용을 알았더라면 제 취향으로는 이 책을 선택하진 않았을 것 같은 생각은 드네요.
이 책에서의 여성의 삶은 강간당하거나 난잡하게 성에 대해 집착하는 인물들로 이루어져서 더없이 불편하게 느껴지며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복수의 대상도 노파에게 함부로 대한 사람들에 한정한 것이 아닌 것 또한 그렇고 죽으면 썩어져 없어질 몸뚱어리라고 함부로 쾌락만을 좇다는 것에도 싫었고 죽고 죽이는 사기 치고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하고 학대당하는 그것에 무엇으로 그녀가 당해야 하는 건가 분노를 느끼기도 했어요. 그냥 가만히 놓아두질 않는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건 왜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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