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독서노트

제시카 브루더-노마드랜드

오후의 체셔캣 2023. 4. 22. 12:38

 

노마드랜드(큰글자책)

제시카 브루더

 

"사회에서 하라는 대로 모든 걸 제대로 해도 결국에는 파산하고 혼자 남고, 홈리스가 될 수 있습니다." -P.194 中에서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지만, 국민들은 대체로 가난하며, 가난한 미국인들은 자기 자신을 싫어하도록 강요받는다...... 가난했으나 지극히 현명하고 고결했던 까닭에 권력과 부를 가진 누구보다도 존중받아 마땅했던 사람들에 관한 민간전승이 다른 모든 국가에는 있다. 가난한 미국인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 자신을 조롱하고, 자신보다 잘 사는 사람들을 예찬할 뿐이다." -커트 보니것의 소설 <제5도살장> 인용(P.528~529 中에서)

 

'너는 혼자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면서 가장 불평등한 국가인 미국이 국민 개개인에게 지속적으로 불어넣는 메시지가 있다면 바로 그것이 아닐까. '네가 처해 있는 현실이 어떻든, 네 사람이 어떤 모양새든, 그건 모두 너의 책임이다. 너의 불행은 너만의 불행이다. 너를 안전하게 지켜줄 사회안전망 같은 건 없다.' 내게는 그것이 먼 이야기로, 미국만의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도 가깝게 느껴져 아찔할 정도였다.(이하 중략) 더 약한 사람들을 보듬어 함께 살아갈 길을 모색하는 대신 개인이 성공하면 끝이라는 '각자도생'의 시대정신은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로 견고하다. -P.659~660 中에서

; 가진 자는 더욱더 많은 것을 가지면서 누리고, 가지지 못한 자는 가지고 있던 것마저도 빼앗기는 사회구조는 점점 가속화되어 간다. 그러면서 그들에게 프레임을 덧씌우며 네가 게을러서 그래. 너의 실패는 너의 탓이니 온전히 네가 책임을 져야 해. 그들에게 실패자의 낙인을 찍고 비웃는다. 그러면서 마치 가난이 전염병이라도 되는 것처럼 피해 간다.

 

미국의 경기 침체로 직장을 잃고 노후연금은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이어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파산한 은퇴자들이 집을 빼앗긴 채 이동하는 밴으로 생활을 하는 내용을 3년의 취재로 써 내려간 책이다.

 

차량 유지비 등의 생활비, 장기 주차할 곳을 걱정하면서 캠핑 관리자부터 사탕무 수확 노동자, 악명 높은 아마존 분류 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비정규직 노동으로 근근이 생활을 하면서도 절망하지 않고 친구도 생기고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돕기도 하면서 노마드적 공동체 삶을 이어나간다. 그러나 그런 선택지를 택할 수 있는 미국인은 백인들뿐이며 유색인은 시도하려 해도 위험도가 높아서 할 수 없으리라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자급자족을 꿈꾸던 린다가 어스십을 지어 행복한 삶을 살수 있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사족으로 이 책을 읽으며 악몽을 꾸었는데 그중 하나가 푸른빛의 어둡고 퉁퉁 부은 어린아이가 컴컴한 곳에 있어서 손을 잡고 밝은 곳으로 가서 112에 신고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지만 그때 보이지 않는 이가 옆에서 말렸다. 손을 놓으라고 그래서 간신히 놓았다 깨어났는데 아마도 꿈에서조차도 그 어린아이가 뜻하는 것이 근심 걱정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한동안 그 꿈이 떠나가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