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심윤경
나에게 할머니란 미지의 존재인 셈이다.
돌아가셨거나 거리가 너무 멀어서 만남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여서 학창 시절 친구들의 이야기에서 할머니란 다소 성차별적이고 괴팍한 존재였지만 예외였던 친구도 있기에 양가적 생각은 든다. 예전 중학교 친구 중에 공부도 체육도 잘하고 성격 좋은 친구가 있었는데 그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을 때의 기억이 특별하다. 그 집의 개는 묶여있었지만 길게 묶여있는 탓으로 충분히 물릴 수 있을 만큼 사나움으로 악명이 높았으나 해결 방안은 꼬랑내 나는 마른 오징어를 하나 찢어서 주면 잠잠했었다. 그러고 현관을 지나 마루 옆방에 할머니가 계셨는데 머리가 어지럽다며 멀미약을 사 와야 했던 독특했던 기억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러나 할머니에 대한 유년의 추억 이야기보다는 자신의 일류 대학 자랑과 자신을 닮아 예민한 딸 꿀짱아에 대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것도 모자라 했던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어 지루함을 느꼈다. (난 텔레토비를 무지하게 싫어했는데 마치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과 같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느낌이라서 말이다. 그래서 라벨의 볼레로라는 음악도 싫어한다.)
마지막에 가서는 저자가 느낀 할머니와 자식들이 느낀 할머니 사이의 괴리감을 말하는 내용에서는 반전 드라마인 건가 싶어졌다.
전반적으로 내가 생각했던 내용과는 너무 틀려서 좀 당황스러운데다가 무얼 이야기하고 싶은지 명확하지가 않은 유년기의 추억인지 힘든 육아일기인지 지자랑 대잔치인지 친구 자랑인지 뒤에 셋은 나와는 관계도 없거니와 관심 밖의 일이라서 거부감이 들었다. 게다가 친구를 은근히 까는 건지 자랑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 취향엔 맞지 않았다. 십여 년 전에 읽은 에세이가 이런 경향을 띄어서 한동안 읽지 않았었는데 싶었다.
이 글을 쓴 작가와 이 글을 추천한 윤고은이란 분 둘 다 앞으로 다음 책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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