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 아닌 선의
이소영
"나는 안다. 끝이라 생각해온 어느 지점은 끝이 아니다. 거기에 빛나는 것들이 새로이 채워 넣어질 것이다. 두근거리며 기다릴 무엇이 더는 남아 있지 않을 것만 같은 시기에도 우린 저마다 아름다운 시절을 하나 더 통과하는 중일 수 있다. 어쩌면 오늘도 그럴지 모른다."
- P.241<하나 더 통과하는 중> 中에서
별것 아닌듯하나 미약한 힘이 되어줄 수 있을 따듯한 이야기가 쓰여있다.
사회 초년생이던 시절 눈물을 흘리던 직장인이 금세 화장을 고쳐서 연기라 생각한 이가 소름이 돋았다는 부분에서 오히려 씁쓸함을 느꼈다. 예전부터 '울긴 왜 우냐고?',' 남의 돈 먹기가 쉬운 줄 아냐'던 소리를 듣고 '프로는 저러면 안 된다'라는 소릴 듣어서인지 꾹 참기도 하고 울어도 울지 않은 척 감정을 밀어둔 채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라서 말이다.
그 말을 한 사람이야말로 타인을 생각해보지도 않고 사회생활을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스치고 지난 작은 선의들이 떠오르면서 예전 마을버스에서 내릴 때 너무 많은 사람들로 인해 혼잡한 차에서 내렸는데 차가 움직일 때 내려서 인지 넘어졌던 기억이 있다. 냉소적이며 무표정한 승객들과 화난 버스기사 사이에서 오로지 그 광경을 본 경찰관만이 내 편에서 따지고 화를 내주었을 때 고마웠지만 그 무서운 시선들을 피해 그 자리에서 사라지고 싶은 생각만이 났던 기억이 있다.
그 후 그 버스는 아니지만 마을버스를 탈 때마다 고마웠던 그분에 대한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사랑받고 싶은 어린 내가 사람들과의 관계 맺는 과정에서의 서툰 실수들과 친했던 관계에서 서로가 어긋나는 순간들 또한 기억이 난다. 저자가 경험했던 작은 선의들과 쉽게 지치는 연민들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움직이지 않는 냉소보다 한 번의 가식이라도 일시적이라도 도움이 간절한 이에겐 필요할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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