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밀 예찬
은둔과 거리를 사랑하는 어느 내향인의 소소한 기록
김지선
사회생활을 한다는 건 하고 싶지 않은 일들 투성이로 눈치껏 비위를 맞추며 긴장상태에 있다가 집에 오면 항상 기력을 상실한 채 만성피로에 시달리며 지내게 되고 에너지 충전이라기보다는 커피로 그때그때 버티는 삶이 되어버려서이다. 나와 같은 내향인은 어떻게 삶을 잘 살까 하는 생각으로 보게 되고 다소 공감 가는 글들을 밑에다가 적어놓았다.
"마주하는 이웃들은 사실 친근하기보다는 두려운 존재였다. 늦게 들어가는 날에 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검은 물체를 보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고, 집 안에 머무는 동안에는 조그만 소리에도 신경이 곤두섰다. 술 취한 아저씨와 함께 탄 엘리베이터에서 숨죽이던 기억은 셀 수 없이 많고,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위협이 존재했고, 아무도 위협하지 않아도 위협적이었다. (이하 생략) 안전과 평화는 너무나도 불확실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 P.92 이웃이라는 낯선 존재 中에서
"여전히 묻는 말에 즉각적으로 재치 있는 말을 내놓는 사람들과 나는 아주 다른 인종이다. 예상치 못한 말에 답할 말이 궁색하고, 아까 이렇게 이야기할걸, 싶은 말은 꼭 집에 돌아와서야 생각난다." - P.134 최선의 솔직함 中에서
"자기 검열 없이 나온 어떤 말들은 쓰레기라고, 어떤 솔직함은 끔찍하다고, 솔직한 사람도 자신과 타인에게 한없이 비겁해질 수 있다고 말이다." - P.136 최선의 솔직함 中에서
"결국 모든 인간은 자신의 고통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으며, 타인의 고통은 아무리 애써도 짐작만 할 수 있는 수준이다."
-P.142 6인용 식탁 中에서
"부당한 일들을 하고 싶지 않다면 개인이 스스로 뒤로 물러나 권력과의 거리를 넓히면 된다는 주장들을 간혹 접한다. 이를 피해자의 욕망과 연결시키려는 시도들도 종종 눈에 띈다. 그러나 권력을 가진 이들이 좀처럼 부끄러워할 생각이 없는 사회에서 이러한 말들은 공허할뿐더러 폭력적이다." - P.156~157 의전의 거리 中에서
간장 종지의 크기 만큼한 마음이라 고백하시는 작가에게 저 또한 그 정도 크기의 마음이라서 그 사람의 미움의 한계치라고나 할까요. 그 한도가 넘어 화가 넘쳐서 계속 그 사람에게 화를 내다가 이내 그것도 포기하며 그걸로 돌아서버리죠.
사족으로 내용의 글들은 작은 폰트인데 왜 맨 마지막의 제목과 출판사 등의 글이 있는 페이지 하나만 글들이 큰지 알 수가 없네요. 내용보다는 그쪽이 더 중요한가 봐요. 요새 눈 나쁜 사람도 많은데 글자 좀 작게 만들지 마시길 바라요. 편집자의 눈엔 예쁘게 보이는 것이 중요한지 몰라도 독자의 눈엔 시원하고 가독성 좋은 큰 폰트가 책을 읽기에 더 중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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