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걷으면 빛
성해나
"어둠을 걷으면 또 다른 어둠이 있을 거라 여기며 살았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어둠을 걷으면 그 안에는 빛이 분명 있다고. 나는 이제 살아내지 않고, 살아가고 싶어요. 견디지 않고 받아들이면서." -P.91 <화양극장>中에서
언두(원상복귀) 두 집 살림을 하는 아버지의 장기간의 가출로 엄마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고 도피할 곳을 찾는 나는 틴더에서 농인 할머니와 사는 수호와 동거를 하지만 애인보다는 친구가 되고 그때 게임회사에 취직을 한 수호의 부탁으로 할머니를 돌봐달라고 한다.
화양극장 예전에 스턴트우먼이었던 이목씨와 임용고시를 번번이 낙방한 삼십 대의 경의 기묘한 우정
OK, Boomer( 영미권에서 꼰대를 조롱 또는 비하의 의미의 밈) 60대의 전교조 교사 아버지와 대책 없는 인디 뮤지션이 된 아들의 이야기
괸당(친족) 연해주에서 먼 친척이라는 이들이 오지만 외모와 언어가 달라 이질적이기만 하다. 과거에만 매달리는 중년 남성들은 새로운 화합을 방해만 하고 형식에만 매달릴 뿐이다. 약간의 이타심도 줄 수 없는 이들일 뿐이다.
소돔의 친밀한 혈육들 예전에 우스갯소리로 까막눈 할머니가 감정을 의뢰한 문서가 사실 대대로 내려온 노비문서라고 했다는 그 웃픈이야기의 다른 버전이란 느낌이 든다. 그들의 고상한척하는 위선자들이 선조가 남긴 검을 감정하지만 고종의 하사품이 아닌 친일파가 노략질한 사실이 밝혀지자 태도가 돌변한다. 지금의 자신들과 과거의 세대는 다르고 자신들이 당당히 성취했다며 끊어내기 바쁘고 그것을 찍는 나는 함께 과거를 묵인하고 찍은 것을 삭제한다. 그런데 저런 이들은 차고 넘치고 앞다투어 줄을 선다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서 말이다.
당춘 뜬구름을 잡는 낙관주의자 영식 삼촌이 코로나로 실직하고 도로 취준생이 된 헌진과 두루에게 이틀에 40만 원이라는 알바를 제안한다. 시골 노인들에게 유튜브에 올릴 영상 제작을 이틀 안에 가르치며 생긴 일.
오즈 상처가 있는 세대차가 있는 여성 둘의 만남은 정부 사업으로 세입자로 시작되지만 아픔을 이해하고 서로의 상처를 타투로 덮을 수 있도록 해서 볕이 드는 느낌이 들었다.
김일성이 죽던 해 이해가 되지 않던 엄마의 글쓰기를 통해 아주 조금은 소통할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
가족조차 이해불가할 때가 많았는데 하물며 남들이야 오죽하겠나 싶어진다.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 중에는 평생을 거쳐 이해 못 할 인간들도 있고 내 아버지와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도 나와서 내 속을 답답하게 한다. 아마도 세월의 변화에 각자 적응을 하며 다른 성향이 되어 나완 다른 존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거나 원래부터 다른 존재이거나 말이다.
그래 과연 내가 타인에 대해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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