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ohan 일상

추석상

오후의 체셔캣 2021. 9. 22. 14:45

 아버지께서 해마다 차린 건 없지만 소리를 들어서 이번 추석엔 안 익은 단감이 아닌 곶감을 놓고

대추도 아무 맛도 없어서 손대지 않으니 음식물 쓰레기로 직행했던 햇 풋대추 대신 묵은 대추를 놓는 실속형으로 했다.

어차피 이러니저러니 말을 듣게 되니 그냥 하기로 했다.

 심지어 올해도 밤은 내가 다 쳤다. 

와우! 정말 대단하다 대단해. 손끝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는 김씨네 사내들이다.

우리 집이 농사를 짓는 것도 아니고 떡집 송편도 햅쌀로 만든 것도 아닌 듯해서 밥만 햅쌀로 사다가 지었을 뿐이다.

 다른 분들은 지나가는 소리로 그냥 묵은 쌀로 한다고 하기도 해서 우리도 이 정도로 그런데 바나나는 깜박했구나 싶다.

뭐 엄마는 이번 추석에 힘들어서 음식 장만하고 나서 쉬시라고 하고 내가 담아야 해서 말이다.

어찌나 남자들이 잔소리들만 요란한지 해마다 명절엔 여자만 4명 있는 줄 알았다.

 사실 성별이 바뀐 것 같은 생각마저 드는 것이 문여사님과 난 말을 별로 하지 않고 책이나 뉴스나 주변 일들을 대충만 말하고 서로 간에 별말을 하진 않는 반면에 이건 일은 거의 하지도 않으면서 말만 많은 남자들이라서 어이가 없어서 그냥 말을 삼킬 뿐이다.

 차례상에 놓은 음식 장만을 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지 삼시세끼며 과일, 커피, 술안주까지 주고 

차례상 이후에 몰아치는 설거지거리와 지가 가져갈 밑반찬까지 하는데 

자신이 벗어놓은 빨랫감과 입을 옷까지 찾아주어야하며 담배재떨이 비우고 방청소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바쁜 걸 보고 잔소리까지 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다.

저러니 네가 회사에서도 인기가 없는 꼰대 중에 왕꼰대지 싶다.

너 다니는 회사에서 회식 때 당한 일을 보니 알만 하다 싶다. 그 와중에 사태 파악 못하고 혼자 정신승리한 너의 멍청함에 헉했다.

 할 말이 너무 많으나 더 하진 않겠다. 

문여사님이나 나에게 종 부리듯이 하기 전에 너 자신이나 돌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손님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손님처럼 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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