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독서노트

은희경-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오후의 체셔캣 2021. 9. 18. 10:41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은희경

 

"고독한 사람에 대해서 사람들은 늘 오해한다. 그들은 강하지도 않고 메마르지도 않았으며 혼자 있기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해도 사람은 늘 자기만의 고독을 갖고 있다."  -P.40 中에서

 

 6가지의 단편이 수록된 책.

다른 사람들과 아주 비슷하게 산 단 하나의 사람이라고 바꿔 말해도 될 듯하다. 사람들은 한 번의 생을 부여받고 저마다 비슷비슷한 경험을 하지만 나에겐 단 하나의 경험인 것처럼 말이죠. 외로워서 기대어볼 이를 찾아도 그 사람 곁에서도 외로움에 힘겨워서 허덕이다 마감되는 것이 생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단편으로 각각 볼 때는 단편이라 여겨질 수 있지만 이어서 보면 느슨하거나 가늘게 이어지기도 하더라고요.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남쪽 해안가 마을에서 올라가 서울의 욕실을 개조한 좁은 하숙방에 지내며 입시로 학원을 다니며 성년이 되기 전 통과의례와 같은 서울의 낯선 겨울을 보내게 된 안나의 이야기.

<프랑스어 초급과정> 아버지가 반대한 결혼으로 의절하고 낯선 신도시 K로 이주한 여성의 이야기.

<스페인 도둑> 신도시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 그곳에서 취업에 실패를 하고 군대를 가게 되는 완의 이야기.

<T 아일랜드의 여름 잔디밭> 남편의 사업 실패로 위장이혼하고 미국으로 이주한 무기력하고 불안한 엄마와 13세의 아들의 낯선 곳에서 정착 과정

<독일 아이들만 아는 이야기> 공시생 원이 친구가 유럽 연수를 가서 오피스텔에 머물며 뜨개질을 한 이유.

<금성녀> 언니 유리의 사망으로 매장지로 향하던 동생 마리의 이야기.

 그러나 작중 인물들이 신도시에 살아서 뿌리 없는 식물처럼 불안과 고독을 지니고 있는 듯이 단정 짓는데는 동의를 못하겠다. 그런 이유를 든다면 과연 안 그런 사람도 있나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