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전승환
코로나 19로 인한(도서관 휴관과 마스크와 우표 사고 여윳돈 탕진해버린 탓이죠.) 강제적인 독서 종료 생활이 끝나고 이젠 뚜벅이로 책을 빌릴 수 있어서 다소 주의를 기울이며 도서관행을 하는 중입니다. 비슷비슷한 종류의 쓰담쓰담해주는 책이 나온 것 중엔 괜찮으나 이미 이런 책들을 많이 읽어봐서 식상한 점이 있는 것이 사실. 그럼에도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들 속에서 내가 원하는 것과 나를 보듬을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그래야 나 자신이 존재할 수 있다 이야기하는 점엔 동의하는 바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오래된 친구와의 관계도 직장 생활도 다 내 맘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래서 이번엔 후회 없이 노력하고 인내를 가지고 대했지만 역시 아닌 것 같아서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서게 됩니다. 확 돌아서진 않고 내 마음이 식은 것 표나지 않게 말이죠. 아마도 결정적인 계기가 소홀하게 대한 것보다도 나에겐 진행 상황에 어떤 설명도 없이 일방 통보를 하며 오히려 생뚱맞게 화를 내어서 억울한 생각이 뭉게뭉게 드더라고요. 물론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현 상황을 이해가 가긴 하지만 왜 그 친구에게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건가? 내가 호구라서 인건가? 내가 정말 잘못한 것인가?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네요. 아마도 작년부터 고민하기 시작해서 이번 계기가 결정타를 날린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일방통행은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나에게 인간관계란 너무나 어려운 숙제와 같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다지 시간을 투자하고 싶지 않다고 이젠 나의 삶에 앞으로 어떻게 늙어갈 것 인지 경제계획 등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네요. 대충 맞으면 장땡이라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보다는 나 자신에게 더 투자하고 충실해야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흔이 넘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친구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잘못 생각했던 거죠. 친구를 덜 만났으면 내 인생이 더 풍요로웠을 것 같아요. 쓸데없는 술자리에 시간을 너무 많이 낭비했어요. 맞출 수 없는 변덕스럽고 복잡한 여러 친구들의 성향과 각기 다른 성격, 이런 걸 맞춰주느라 시간을 너무 허비했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이나 읽을걸. 잠을 자거나 음악이나 들을걸. 그냥 거리를 걷던가." -김영하의 <말하다> 中에서
물론 작가가 하는 말은 친구관계가 다 쓸모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좋은 친구가 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양이 아닌 질로 승부를 하라는 뜻이라는 것도 알아들었습니다. 사실 양도 없거니와 질로 승부를 보기에도 힘든 현실이라서 말이죠. 그리고 정말 이젠 저에게 충실하려고요. 차라리 십 대 때처럼 다른 친구랑 조금 다른 시간 때였던 저로 돌아가려고 말이죠. 마침 사회적 거리두리라는 적절한 핑계로 의미 없는 지인들과의 의욕 없는 만남도 SNS로 돈 안 들고 편하게 해서 말이죠.
코로나 19로 집에 콕 생활을 즐기기에 딱 좋은 그래서 책과 음악을 가까이 하기에도 참 좋은 시기라고 생각하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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