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독서노트

나의 돈키호테-김호연

오후의 체셔캣 2025. 4. 27. 13:25

 

나의 돈키호테

김호연

 

 "그런 사람들이 있다. 자기가 호의를 베푼다고 하는데, 호의를 베푸는 과정이 너무도 호의가 아닌 사람들. 즉, 호의의 가격보다 호의 제공에 따른 자가 비용이 더 비싸 다시는 그 호의를 받고 싶지 않게 만드는 사람들. 그래서 거절하면 이들의 대답 역시 대동소이하다. '내가 그렇게 베풀었는데'거나 '난 할 만큼 했다'거나." - P.112 中에서

 

 주인공 진솔은 외주제작 PD였지만 회사를 나와서 무기력한 백수생활 중이다. 그러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엄마의 말에 집을 나가게 된다. 예전 중학교 시절 자주 가던 돈키호테 비디오 가게가 지하에 여전히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돈 아저씨의 아들 한빈에게 열쇠를 받아서 들어가 보게 된다. 중2 때 자신에게 위로가 되던 비디오 가게의 사장님이 행방불명이 된 것을 알고 돈 아저씨를 찾는다는 명목하에 유튜브를 제작하며 그 과정을 담는다.

 

 아마 모르는 분들도 있겠지만 비디오 가게와 책, 만화책 대여점 시절의 감성을 이야기하며 지금은 사라진 유물이 되어버렸지만 그 시절에 풋풋함을 그리워할 사람들에겐 추억에 잠길만한 내용과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에 덧붙인 스페인 이야기와 새 책을 낸 아저씨는 군더더기가 아닌가 싶다.

 

 또한 진솔이나 함께 일하던 직원에겐 좋은 어른이었으나 자신만의 돈키호테를 고집하며 불의를 참지 못하고 사고를 치는 가장인 돈 아저씨가 가족에겐 좋은 사람이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적 저런 어른을 만났으면 어떨까 싶지만 사실 난 돈키호테 같은 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뒤치다꺼리를 너무 많이 하는 산초들을 본 적이 있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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