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독서노트

김민준-서서히 서서히 그러나 반드시

오후의 체셔캣 2020. 3. 15. 15:15

 

서서히 서서히 그러나 반드시

김민준


"삶이 조금씩 따분해지기 시작하더니 작은 이유로도 몹시 불안해졌다. 극도의 예민함속에서 짧은 순간에도 수많은 생각들이 나를 할퀴고 지나갔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내게 맞는 걸까.이게 내가 가야할 길이 맞는 걸까.나는 어딘가 기댈 곳이 필요했다. "              - P.26~27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이렇듯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리 놀랍진 않지만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한 어쩌면 각자의 처해진 상황은 다르더라도 사람들은 비슷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고독은 아마도 자의적인 것이다. 굳이 대화에 끼려고 하면 낄 수는 있으나,구태여 나의 감정을 소모하면서 거기에 동조하고 싶지는 않다. 주변인들과 함께 만나서 나누는 대화의 질이, 그 깊이가 언제인가부터 내게는 터무니없이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정서적 교감이 없는 이들과의 대화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곁에 있든 내게 외로움을 동반한다."  -P.76

 -전에는 나도 기어이 끼어들어서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했다.요새 유행하는 트렌드나 유머코드 드라마 등을 맘에도 없이 보고 그대로 내뱉어내어 허공에 내 말들을 그리 흩뿌리며 허무하져버리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제 그러고 싶지 않아서 그냥 닥치기로 했다.


"생각은 깊게 외로움은 넓게 그러므로 조금씩 짙게 바야흐로 그렇게".           -P.264

 -때론 이런 스치듯한 짧은 문장이 좋다.구구절절 길게 끌지 않는 하이쿠처럼 말이다.


"괜한 걱정,쓸데없는 걱정은 없다. 생각하고 있는 많은 것들은 때때로 좋은 견해가 되고,가끔씩 이상적인 판단이 되기도 한다.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일을 상상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어나지 않을 일을 머릿속으로 한두 번쯤 흐릿하게나마 경험해보는 것,그것이야 말로 능력이다."  -P.328

 -능력이라고 칭해주는 감사하긴 하지만 난 가끔 멍때리고 싶다. 생각이나 걱정으로 머리가 터질것 처럼 과부하에 걸려서 말이다.


 이 작가가 좋아한다는 그 재즈음악은 나도 좋아하는 곡이다. 대학때 친구들과 자주 갔던 곳의 이름도 재즈음악가의 이름을 딴 곳이였는데 그 뒤로 관심이 많아지면서 처음 좋아했던 곡들보다 좋은 곡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내가 처음으로 좋아했던 재즈곡이여서 기억에 더 남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