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독서노트

조르주 페렉-보통 이하의 것들

오후의 체셔캣 2024. 7. 28. 11:07

 

보통 이하의 것들

조르주 페렉

 

 솔직히 책표지는 좋았으나 정작 내용은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작가가 보통 이하의 것들이라 치부하는 너무나 익숙한 거리인 발렝거리나 보부르 구역처럼 익숙해서 주목하지 않는 장소를 기록하며 사라짐의 순간까지 기록한 글들을 보았어요.

때론 상상 속에서 여행자가 되어서 여러 사람에 보내는 엽서들을 다섯 가지 주요 구성요소로 조합하여 만든 243개의 문장들을 작성하기도 하고, 책상 위의 사물들을 세밀히 묘사하면서도 앞의 내용과는 같은 듯하면서 뒤의 내용에서는 미묘한 차이를 보이며 마치 르네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그림과 비슷한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아홉 편의 글 속에서 평범한 것들을 다루는 '일상의 글쓰기'라는 점에서 조금씩 시선을 바꾸며 실험하듯한 글들이 한 권에 담아내었다고 볼 수 있겠어요.

 시간의 흐름으로 기억도 사람도 장소도 모두 흐릿하게 뭉개지는 듯 윤색된다. 종국에는 죽거나 사라지거나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어 버린다. 시간의 흐름은 누구도 막을 수 없지만, 작가가 보여준 '일상의 글쓰기'는 시간의 흐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매번 조금씩 바뀌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도 말이죠.

 

 그의 비극적인 유년 시절에서 그가 왜 정신질환으로 고통을 받아야 했는지 짐작할 수가 있었네요.

페렉이 쓴 글들을 보면서 시간의 횡포에 저항해 보려고 세밀하게 내 책상을 묘사해 보거나 매번 조금씩 바뀌는 산책에서의 일상을 나만의 글쓰기로 시도해 보는 것도 유의미하게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