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독서노트

욘 포세-아침 그리고 저녁

오후의 체셔캣 2024. 4. 27. 14:08

 

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23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했기에 모르는 작가라도 그냥 보게 되었다.

예전엔 상을 받았다고 해서 봤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젠 관심이 생기면 보게 될 뿐 기대는 하지 않았다. 상을 받은 작품이라도 내 취향이 맞지 않을 때가 더 많아서였다.

 듣기로는 21세기의 베케트라거나 입센이라고 하니 또 너무 거창한 것이지 않을까 우려했었지만 긴 이야기가 아니어서 말이다.

 제목이 아침과 저녁. 바꿔 말하면 탄생과 죽음을 의미하는 듯하다.

대화나 글을 보면 마침표가 없고 문체는 간결하고 수식어가 없는 문장들이다.

파도 같은 느낌도 든다. 소리와 문장이 밀려갔다 돌아오면서 어느덧 먼바다로 밀려가는 형국이다.

 

 1부는 북유럽의 외딴섬에서 어부인 올라이는 안절부절 한다. 자신의 집 방 안에서 아내 마르타가 나이든 산파 안나의 도움을 받아 출산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첫째 딸인 마그다는 형의 집으로 잠시 맡겨지고 올라이는 아들이 태어난다면 요한네스(할아버지 이름이기도 하다)라 지어놓고 탄생 초조하게 기다리다 아기가 태어난다.

 

 2부는 아내 에르나와 이웃집 친구인 페테르도 사망하고 자신의 일곱 아이들은 장성해서 각자 집을 떠나 손주까지 있고 요한네스 홀로 지내지만 가까운 거리에 막내 싱네가 왕래하며 보살펴준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왠지 가벼운 몸으로 아침을 먹고 산책을 나가고 친구 페테르를 만나 게잡이를 나가고 오랜만에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 자각하게 되어 사는 동안 머문 곳을 떠나 형체도 말도 없는 머나먼 길을 가게 되고 남은 이(싱게)는 약간의 공허감을 안고 시간은 마침표 없이 이어나간다.

 

 부연 설명이 없어도 주인공의 삶을 느끼면서 평범한 듯 간결하게 보이는 이야기가 이토록 담담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