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독서노트

이소영-알래스카 한의원

오후의 체셔캣 2023. 10. 29. 14:50

알래스카 한의원

이소영

 

 어느 날 광고 사진 리터칭 업계에서 일하던 이지는 개를 산책시키다 가벼운 교통사고로 오른팔이 스치는 접촉사고가 생긴다. 그러나 오른팔에 극심한 통증이 지속되고 병원에서는 검사 결과 정상이라고 하지만 통증은 사라지지 않고 여러 병원들을 전전한 끝에 복합 통증 증후군이라는 병명을 붙여준다. 자신은 극심한 고통을 느끼지만 타인은 알 수 없기에 그녀는 같은 병을 가진 동호회에도 가보고 고쳤다는 해외 논문도 뒤져본 끝에 알래스카에 있다는 한의원을 향해 비행기를 탄다.

그곳에서 오른팔을 치유하려고 간 끝에 고담이라는 한의사를 만나고 이상한 치료를 받는다. 그러다 시차 유령과 관련이 있는 듯한 통증이 어릴 적 영어유치원에서 일어난 성범죄자 때문이라 생각을 하고 치료를 중단하려고 한다. 그 통증은 어릴 적 부채의식이라는 걸 알아버렸고 친구의 희생이 있었다는 진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치료를 중단하려고 하지만 앞서 치유되었다는 이누이트 밥의 말을 듣고 끝내 다날리 국립공원의 트랩 라인 너머 고래 방귀 뀌는 곳을 찾아가 꼭 병을 치유하고 돌아올 결심을 한다.

 살면서 아픔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는 이들도 있고 그 아픔이 그저 세월과 함께 서서히 희석이 되길 원하는 이도 있다.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고통을 치유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책은 독특하다 싶으면서 어디선가 본듯하기도 한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사족으로 책을 읽다 보니 뭐든 완전히 새로운 것이 없을 수밖에 말이다.

 

 마지막으로 "Alasks doesn't call anyone. This is a place where only people who are called come." ( 알래스카는 아무나 부르지 않아. 여기는 부름을 받은 사람들만 오는 곳이니까. -P.102 中에서)가 생각이 난다.

 

 나는 타인의 아픔에 둔감하게 느낀다고 생각을 했더랬다. 그러나 타인의 아픔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오로지 자신의 아픔만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런 이들이 꽤 보인다. 저런 식으론 살지 말아야지 하면서 속으로 웅얼거리지만 심심치 않게 툭툭 튀어나오는 그들로 인해 나조차도 더욱 무감해지고 내 아픔만 중하다고 느끼는 것은 아닌가 자꾸만 반추하며 반성을 한다.

 일상에서 사고가 난 후에 피해자를 탓하며 정작 책임자들은 일 년이 된 시점에서도 처벌받지 않는 사회를 보며 사고 후에 잠시 잠깐 안전을 부르짖는 이들을 보면서 화가 난다. 매번 반복된 참사에 무력해지고 트라우마만 생기게 된다.

나라도 개소리 이쯤하고 일분이라도 침묵하며 추모하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