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독서노트

백온유-경우 없는 세계

오후의 체셔캣 2024. 1. 6. 13:13

경우 없는 세계

백온유

 

 학교에서는 존재감이 없고 가정에서는 아버지의 지속적이고 오래된 가정폭력에 무기력하게 맞고만 있던 어머니가 안쓰러워서 막아서다가 자식인 본인만 아버지에게 찍히고 신경쇠약에 시달리다가 가출한 10대 인수와 만난 성연, 경우처럼 같이 사는 친구들 이야기이다.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어떻게 되는지를 먹고 자는 것마저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서 항상 날이 선채 일상을 산다.

 제대로 된 노동을 했음에도 어른인 보호자가 없다는 이유로 노동착취를 당하거나 임금을 체불하거나 누명을 씌우고 불법적인 일을 시키기도 하는 것을 보면서 미성년인 청소년의 보호가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악질적인 미성년자의 학대가 아닌가 싶어진다.

 가출한 청소년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데 학교에 다니지 않고 부모가 없다고 사각지대가 생겨버리는 이런 경우에서 성인이 될때까지 지켜줄 보호망은 어디에도 없어서 답답해졌다.

그러다가 가출 청소년끼리 있다가 문제가 생겼을 때 과연 어른들은 사실을 말해도 믿어줄 것인가? 하는 문제를 던졌을 때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수가 우리 집이라는 곳에 있었을 때 문제가 생겨서 도움이 필요했을 때마저도 아버지는 자신의 명예와 주변의 시선만을 생각하며 아들인 인수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 아버지를 보면서 왜 저럴까? 자기 자식인데 조금만 보듬고 치료를 하려고 했다면 지금의 인수는 달라질 수도 있을 텐데 하면서 안타까웠다.

성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죄책감 속에서 외롭고 고통을 안고 유령이 된듯한 인수는 여전히 마음을 터놓을 곳 없이 공장에 취직해서 옥탑방에 살지만 지속적으로 유령이 보이며 환청에 시달리고 모든 의욕이 상실된 채 여름 무더위에도 극심한 추위를 느끼는 등의 정식적인 문제가 장기간 계속된다.

 

 어느 날 자신의 10대 시절처럼 가출한 이호를 보고 도움의 손길을 내민 그에게 이젠 마음의 짐을 그만 털어버리고 따듯함도 좀 느끼며 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