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독서노트

클레어 키건-맡겨진 소녀

오후의 체셔캣 2024. 1. 1. 09:33

 

 

맡겨진 소녀

(원제 : foster)

클레어 키건

 

 소녀의 시선으로 본 일들을 담아낸 중편이라기엔 다소 짧은 소설.

대책 없이 낳기만 하고 방임하며 경제적인 능력도 없는 부모에게 제대로 된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지내다가 엄마의 원치 않는 다섯째 임신으로 출산이 가까워지고 부모와 떨어져서 엄마의 먼 친척의 집에 맡겨지는 아이의 어느 여름날의 이야기이다.

 

 다정하고 세심히 보살펴주는 노부부에게 맡겨져서 실수를 해도 너그러이 용서하고 손도 잡아주고 필요한 물품 등을 알아서 사주며 따듯하게 대하는 어른을 처음 만난 소녀는 엄마의 출산과 개학으로 인해 집으로 돌아가게 되지만 마지막에선 킨셀라 아저씨에게 포옹하며 했던 말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친부가 아닌 잠시 잠깐 맡겨진 그에게 한 진심 어린 말은 아니었을까? 아니면 친부가 온다는 경고의 말이었을까?는 나에게 중요하지가 않았다.

 

 소녀의 인생에서 그동안 느낀 적이 없는 찰나와 같은 따스한 감정을 느껴본 것이리라. 친부모가 소녀를 짐 덩어리처럼 맡겨지는 것이 아닌 사랑을 주고받는 존재로 인식시켜준다. 각기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서로 다른 상황에 놓인 나와 너를 하나로 이어주는 것은 신뢰와 사랑, 자발적 책임이 있어야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선 애정 없는 가족은 진정한 의미의 가족인 걸까? 잠시 잠깐이라도 나에게 온기와 관심을 주던 킨셀라 부부가 밤바다에서 보여준 빛처럼 오히려 소녀에게 너도 사랑받고 있다는 행복의 빛을 보여준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