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여선-각각의 계절
각각의 계절
권여선
과거의 기억을 회상하며 지금과 겹치듯이 보게 된다. 지나간 나날의 후회와 이렇게 대처했더라면 지금의 상황은 나아졌을까? 하며 겹쳐서 보는 순간순간의 나는 고마웠던 이들과 나에게 쓰라린 아픔과 환멸을 준 이들 모두 어딘가에서 잘 살아가고 있겠거니 하면서 말이다.
<사슴벌레식 문답>여자 넷이 대학 때 한 하숙집 동기가 된 인연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세월 속에서 정원의 갑작스러운 자살과 경애의 배신과 밀고와 그 사실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준희와 그만 너나 잘 살라는 부영의 말에 왠지 과거는 버려두고 이제 그만 연락하라는 말로 들린다.
<실버들 천만사> 누군가의 관심과 간섭이 폭력적으로 느껴서 이혼을 선택한 반희는 딸 채운이 자신과 같은 선택을 할까 봐 경계한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없는 듯한 삶을 살았던 부모에게 사랑받지도 자신의 아이를 타지에서 지키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버린 죗값을 갚느라 고생만 하다가 죽은 마리아는 과연 선택지가 있었던가? 싶은 생각이 든다. <깜빡이> 밀랍 가면 같은 무표정으로 동생을 대하고 미지근한 불쾌감을 감추는 혜영은 엄마와의 점심 소동, <어머니는 잠 못 이루고> 여동생이 의절을 통보하고 어머니에게 압박전화를 해대도 여동생이 왜 분노를 하는지 짐작하지 못하는 오익, <기억의 왈츠> 아버지가 갑작스레 암으로 사망하고 동생과 자신은 갑작스레 쫓겨나고 가정폭력을 당하던 때에 자신의 곁에 있어준 경서를 동생부부와 가게된 숲속 식당을 통해 30년이나 지나서야 기억해 내며 희망을 새로이 품는 나라는 인물은 어떤 마음일지 모르겠다.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들지요"라는 작가의 책 속의 말처럼 사람들은 저마다 힘을 내며 살아가는 거겠지. 그리 생각하다가 영원회귀의 노래라는 평론가의 말을 듣고 노래와 연관이 있구나 하고 알았다. 다 내가 모르는 노래들이라서 다시 찾아봐야겠다.
<레몬>과 <아직 멀었다는 말> 등을 읽은 기억이 있어서 선택했으나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