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준-고요한 포옹
고요한 포옹
박연준
"떠난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자기 자신의 현실 속으로 되돌아오기 위한 것이다. 끝과 시작처럼 떠난다는 것과 되돌아온다는 것은 하나이다. 자기 자신으로부터 떠남으로써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 최승자의 <한 게으른 시인의 이야기> P.59 中에서 발췌한 글
"우리의 삶은 대체로 너저분하게 굴러간다. 누군가 일상의 구질구질함과 밥벌이의 고단함, 인간관계의 불편함,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을 안고 산다. 그런 건 보이지 않거나 재미나게 포장되어 미디어에 노출된다.(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을 보라), 중요한 건 보이는 게 다 진실은 아니라는 점이다." -P.84 中에서
"슬픔은 뜨거운 것이라서 포장하려 하면 포장지가 들러붙는다. 보기 좋게 세공하려 하면 내용물이 터져 나온다. 무언가 하면 할수록 슬픔은 원래 모양과 열기, 에너지를 잃는다. 이쪽에서 받을 수 있는 건 쭉정이처럼 가느다래진 슬픔의 그림자밖에 없다. 그렇다면 슬픔은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생긴 모습 그대로, 들고 있던 형태 그대로 이쪽을 향해 내려두기. 그냥 두는 일이 최선이 아닐까? 두는 일이란 슬픔을 '보이는 일'이다." - P.198 中에서
"온통 쓰라리게 흔들리고, 흩어진 채 빛을 담으며, 해변의 끝자락에 아직 있어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내가 여기 조금 살아 있어요."
- P.222 中에서
나는 얼마나 나에게 고요한 포옹을 해줄 수 있을까? 가만히 바스러지지 않게 부드럽고도 살포시 말이다.
매번 스스로에게 닥달하기만 하고 조그마한 잘못에도 나를 용서하지 않고 채근하며 나에게 더 화를 낸다. 그러곤 타인에게도 곧잘 내 잣대를 들이대려한다. 이제라도 그냥 나에게 좀 더 관대하고 괜찮다 하며 나에게 고요한 포옹을 하고 싶다. 내가 고양이를 바라보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