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아-제주탐묘생활
제주탐묘생활(히끄네 집, 두 번째 이야기)
이신아
호빵같이 큰 얼굴과 하얀 솜 인형 같은 히끄는 다행히도 목욕을 싫어하진 않아서인지 뽀송뽀송한 털이 흰 눈사람 같다는 생각도 든다.
흔한 고양이가 아닌 브리티시 쇼트 헤어 종이라던데 무슨 사연으로 유기묘였던 녀석이 아부지를 만나서 가족이 되고 쭉 함께 살고 있다는 점이 좋았다.
그러다 히그의 아부지가 말한 동물원이 아닙니다(P.38~39 中에서)의 이야기 보다 보니 나와 유사한 경우가 있어서 적잖은 공감이 갔는데 예전 S월드에서 왕관을 받을 만큼 열심히 활동하던 때가 있었다. 왕관은 저에겐 성실하게 했기에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교훈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일촌 신청을 해서 웬만하면 다 수락 한 결과 꽤 많은 이들이 일촌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그 일촌들과 인연이 이어진 적은 없으며 그 당시 일촌 중에서 무례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가령 어떤 일촌은 내가 언제 갈 테니 만나자라고 통보를 했었는데 그분하고 두세 번 댓글을 주고 받은 것이 다였다. 주로 일방적이었고 나는 형식적인 답글을 다는 정도였을 뿐인데도 말이다. 결국엔 딱 잘라서 거절했고 이후엔 답글을 달지 않았다.
어떤 일촌은 나에게 자신과 여자친구의 사진을 줄 테니 공짜로 그림을 그려달라는 이상한 부탁까지 받아서 정말 어이가 없는 연속이었다. 잘 그리지도 못할뿐더러 화가분에게 의뢰를 하면 되는데 왜 나에게 저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려줄 시간도 마음도 물론 없었네요.
지금은 생각나는 일이 크게 저 두 가지이며 자잘한 일들이 좀 있었던 터라서 그곳의 활동을 서서히 줄이다가 미니홈피가 없어지는 틈을 타서 타 블로그로 둥지를 틀었다. 그 일을 계기로 누구와도 친구가 되고 싶지가 않아졌다.
결론적으로 자기방어기제와 시간소모방지 차원에 원천차단해서 내 마음을 보호하겠다는 생각만 든다. 그래서 산책을 하며 숨은 고양이 찾기에 열중하며 힐링하는 중인셈이 되었네요.
암튼 삼천포로 또 빠졌지만 히끄와 히끄아부지가 오래도록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에게 다정한 위안을 주는 히끄의 사진을 보며 멀리서나마 응원해야겠지만 단 하나 히끄가 메추리알이라는 말엔 딴지를 걸고 싶다. 히끄아부지가 발끈하시겠지만 저에겐 희끄가 메추리알이 아닌 타조알이라고요!
튼튼하고 웬만해서는 안 깨지는 거대한 타조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