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애쓰지 않아도
애쓰지 않아도
최은영
짧지만 잔잔하게 마음속 잔향으로 남을 단편집.
전학으로 모르는 또래들 사이에 홀로 있는 나를 돌이켜본다.
애쓰지 않아도의 경우처럼 이미 무리 지어진 학교에서 나만 외톨이로 있어봐서 잘 알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 일로 잊어버린 줄 알았던 나의 예전 기억이 떠올라서 울컥했다. 데비 챙 친구 사이에도 나보다 더 나은 친구 곁엔 내가 필요치 않은 것 같아 거리를 두었던 적도 있고 꿈결과 유사한 기억도 있었으며 숲의 끝처럼 길이 어긋난 것이 변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더 깊은 악의가 있었던 적도 있다.임보 일기에서의 버려진 고양이를 임보하다 새로운 사람에게 보내는 과정을 그리며 버려진 고양이의 행복을 빌어본다. 안녕, 꾸꾸는 병아리를 사서 닭으로 키웠던 나의 경험과 비슷한 이야기가 나와서 나의 경우는 아버지로 인해 백숙을 먹지 않고 뒤로 치킨도 먹지 않는 나의 경험으로 공감이 갔다. 무급 휴가의 친모에게 학대를 당한 미리처럼 마음을 조금 열어서 진심을 보이면 그것을 믿지 않고 자의적으로 해석을 하며 상대방을 가르치려고 드는 경향이 있거나 내게 좋거나 믿는 이가 하는 말은 다 진실이라 생각한다. 절대로 자신을 헤치지 않을 사람들이 부모란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이들에 들려주고 싶었다. 아동학대의 상당수 친부모에 의해 이루어지며 지난해는 무려 76%(11만 923건)에 달한다. 양부모나 계부에 의해 이루어진 케이스보다 압도적이다. 가출을 한 청소년이나 며느리가 고작 유행가나 전어라는 생선으로 인해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이다. 특별한 경우라 뉴스에 난다고 하지만 구하라 법이나 개막장 드라마에서도 안 쓸 할머니가 자신이 낳은 혼외자를 친딸이 나은 손녀와 바꿔치기한 경우도 있듯이 사건이 밝혀지기 전까지 누가 그런 생각이나 할 수가 있을까? 손가락도 다 아픈 손가락은 아니더라는 말을 하며 이만하련다.
항상 애쓰고 공중에 부유하듯 버둥거리는 나에게 애쓰지 않아도 선물처럼 찾아올 봄날을 이야기하는 작가에게 저도 그런 날이 올까요? 하고 조용히 물어보며 책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