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독서노트

현찬양-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

오후의 체셔캣 2023. 2. 26. 12:38

 

잠 못 드는 밤의 궁궐 기담

현찬양

 

 내가 느끼는 궁궐이란 여성이라면 한번 들어가면 죽어서 나가기 전엔 못 나가는 곳인듯 하다. 특히나 궁궐이란 곳에서 일을 하는 궁녀들에겐 왕과 왕실 가족들을 위해 존재하는 자들로 입은 무겁고 보고도 못 본 척을 들어도 못 들은 척 척해야 하며 손은 재게 놀려야 하는 궁궐 안에서 기담이라니 흥미로웠다.

 그 안에서의 궁녀 규칙 조례라는 금기사항들을 보니 어려서 들은 이야기들도 있고 아닌 것들도 섞여있어서 저 금기들에 대한 기담이려나 싶었다.

 고려가 무너지고 조선이란 나라가 세워진 지 5년도 안된 시점으로 어려서는 부유했으나 아버지가 술병에 기방에서 급사하고 오빠의 병환으로 집안이 몰락하여 집을 팔고 세답방 궁녀로 들어온 백희와 동무인 고려 시대부터 궁녀로 일해서 고참인 지밀나인 노아가 나온다. 둘은 중전이 머무는 교태전에 궁녀이며 지금은 비록 냉궁이 되어 유폐가 된 듯하여 궁녀들에게는 일하기가 더 고단해졌을 뿐인 상황인 셈이다.

 그런 궁녀의 거처에 어느 날 밤에 공주인 경안궁주가 심심하다며 기담을 하라 하여 백희는 경복궁이 지어지기 전 이 터에 살았던 백희 네 가족이 몰락한 기이한 일을 이야기한다. 그것의 진짜 이름을 불러서는 안되는 고양이매, 비비, 웃지 않는 병화어, 쥐를 잘 잡는 서묘를 들려준다.

 또한 임금이 궁에 불러들여서 묻는다는 강수란 머리에 뿔이 난 남자를 신녕궁주에 의해 환관 김개시로 교태전에 등장을 하곤 끝이 나는 싱거운 이야기에 2편을 염두에 둔 건가 싶었다.

 그런데 본처가 나은 공주를 궁주라 하며 후궁인 여성들도 모두 궁주라 하여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후에 빈, 숙의 등의 다른 식으로 불리니 다행이란 생각이 들면서 등장인물들 속 궁녀들의 이름이 모두 요즘 이름이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