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독서노트

정한아-친밀한 이방인

오후의 체셔캣 2023. 1. 7. 15:53

 

친밀한 이방인

정한아

 

<안나>라는 드라마를 보지 않았으나 티저 영상들을 조금 스치듯 봤을 뿐인데도 이미지는 그녀로 각인되어버려 영상이란 것이 꽤 강력하게 머릿속에 남아서 기분이 묘하네요.

이유미로 태어나 이안나를 거쳐 이유상(엠)으로 불린 사람이 있다. 각기 다른 곳과 이름들로 연기하며 거짓된 삶을 살기 위한 학력 위조, 호감을 살 미소와 말로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경청하는 자세로 신뢰를 얻으며 사람들과 친밀해지죠.

양복 기술자인 아버지는 나이 들어 생긴 딸 이유미를 부족함 없이 키우다 후에 가세가 기울고 그녀가 목표로 한 예고에 갈 능력은 없어서 떨어지고 고교에 진학을 하지만 문제가 생겨 자퇴하고 서울의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서 S 여대를 목표로 하지만 실패합니다. 그사이 가짜 대학생 행세에 학보사의 기자를 하고 피아노 전공자는 아니어도 어릴 적 배운 피아노로 피아노 강사가 되고 대학교 평생 교육원에 강의를 맡지만 거짓이 들통이 나서 도망을 가고 실버타운에서 무자격 의사가 되기도 하고 가짜 소설가 행세를 하기도 한다.

작가와의 접점은 없었지만 진이라는 여성이 자신이 쓴 소설<난파선>을 신문에 실으며 사람을 찾는 광고를 보고 그 소설이 자신이 쓴 소설이란 사실에 만남을 갖게 되며 진실을 주변 인물들을 인터뷰한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결혼과 원치 않던 출산으로 경력 단절이 된 사이에 남편은 착실히 자신의 커리어를 쌓으며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자신은 그 사이 슬럼프에 빠져 소설을 쓰지 못하고 번역 일만 근근이 하며 자신을 비하하고 혐오감에 빠지죠. 아마도 그런 이유로 거짓으로 삶을 이어가는 그녀의 일기를 통해 그녀의 행적을 추적하며 새로운 작품 소재로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다시 소설을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지 자신의 진창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구원자 역할을 기대한 건지는 알 수가 없네요.

그녀의 거짓말로 이루어진 삶은 지속 가능성이 없이 계속해서 허물어지는 모래성이며 누구도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는 느낌이 들며 사실 읽는 저조차도 자기파괴적인 작가와 거짓을 연기하는 이유미 둘 다를 완전하게는 이해하지 못하겠네요.

아마도 접점이 없는 단순한 타인이라서 그녀들을 이해할 수 없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