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산-빈 쇼핑백에 들어 있는 것
#22-100
빈 쇼핑백에 들어 있는 것
이종산
여성의 시각에서 본 공포소설 7편이 실려있다.
마지막 청소 아주머니를 제외한 다른 단편들은 다 픽션이라고 하니 그럼 귀신을 보셨다는 이야기인 건가? 하긴 귀신보단 사람이 더 무서운 세상이나 그걸 보는 걸보니 몸이 허하거나 예민하신가 보다 싶은 생각이 든다.
빈 쇼핑백에 들어 있는 것은 버스에서 사망한 사람 옆에 있던 여성인 그녀는 결혼과 동시에 전업주부로써 집안일을 하며 남편을 기다리는 것에 대한 막연함과 남편은 애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을 가진 무심한 직업군인인 남편과 함께 외진 사택에 정착을 하지만 이야기할 상대가 없는 곳이다.
어느 날 사고를 목격한 진아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남편 민재. 계약직을 전전한 끝에 지쳐서 도피하듯 결혼을 선택한 결과는 갈 곳 없는 불안감과 사망한 남성 또한 부모님의 빚으로 알바를 전전하며 불행한 삶에 찌든 그래서 가득 쌓인 스트레스가 빈 쇼핑백에 맞아 죽는 불행한 일이 일어난 것은 아닌지 우울해진다.
흔들리는 거울 은 스토커로 인해 가족이 몰살하고 그 집에 혼자 남은 작가의 생활을 이야기한다. 거울이 10시 11분에 흔들리는 것을 보며 나로 인하여 가족이 죽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죽지 못하고 공포감을 떠안은 채 말라간다.
스토커에 시달리면서도 경찰에 변변한 도움조차 받지 못하고 결국 사건이 터지면 사람들은 피해자의 행실을 탓하고 2차 가해에 여념이 없는 듯하다.
혼잣말은 유럽여행 후에 따라붙은 잡스러운 것에 대한 이야기.
언니 성소수자가 겪는 스토커라니 그렇게 당해도 말하지 못하고 누가 미행을 한다나 작업실에 몰래 들어온다는 것 같다는 말에 망상으로 치부하는 친구나 사회의 불편한 시선으로 인해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여성이 나온다. 그렇게 결국 작업실 사건으로 인해 20년이나 타국에서 살다 돌아왔어도 스토커는 아직도 그녀 곁을 맴돈다. 정말이지 끔찍하게 공포스럽다.
커튼 아래 발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자살한 아버지와 대학 때 집을 떠난 오빠를 기다리는 휠체어를 탄 채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엄마와 언어폭력에 시달리는 딸의 일상이 나온다. 그러다 끝내 엄마에게 학대받은 딸까지 병들어버리는 이야기.
은갈치 신사 성공한 삶보다는 기대와 달리 다수가 낙오자가 되는 평번한 현실을 이야기한다.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편의점 알바를 하는 여성은 단골인 은갈치 신사의 말이 거억 속에 남아 있다가 어느 날 자신 또한 은갈치 신사와 다를 바 없단 생각을 깨닫게 된 여성.
청소 아주머니 힘들고 더러운 일을 죽을 때까지 하고 죽고 난 후에도 그곳에 머물며 계속 청소 일을 하는 청소 귀신과 마주한 이야기.
사회에 일어날 수 있는 공포와 불안을 이야기하면서 가족이나 스토커, 여성과 성소수자나 젊은 여성의 시선에서 혐오와 차별과 학대, 무관심과 불평등을 이야기한다. 바닥에서부터 스멀스멀 기어올라와 떨쳐버리려고 해도 다시 기어 다니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