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독서노트

한강-작별하지 않는다

오후의 체셔캣 2022. 8. 7. 11:17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내 인생이 원래 무엇이었는지 더 이상 알 수 없게 되었어. 오랫동안 애써야 가까스로 기억할 수 있었어. 그때마다 물었어. 어디로 떠내려가고 있는지. 이제 내가 누군지."  - P.317 中에서

 

 <소년이 온다>를 읽고 다른 소설들도 찾아봤었는데 사실 <채식주의자>는 망설여져서 아직입니다.

역사를 짧은 문장으로 읽고 넘기는 것과 이렇듯 소설로서 보게 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느낌을 가지게 되네요.

작년의 한여름에 경하처럼 바닥에 더위로 무기력하게 누워 있었던 기억과 함께 이 소설도 바닥이 없을 것처럼 가라앉아 버리는 느낌이네요.

 아마도 작가가 말하는 <작별하지 않는다>는 4.3이든 5.18이든 작별하지 않고 함께 가야 할 어두운 역사를 잊지 말고 기억하라고 하는 듯합니다.

 소설가인 경하는 친구 인선의 부탁으로 눈 내리는 제주의 인선의 집으로 향하게 됩니다. 전 다큐 감독이었던 인선과 함께 검은 나무를 기둥으로 세우고 흰 눈이 오는 것을 찍자던 계획을 했지만 경하는 그만두자고 했지만 인선은 강행해서 손가락이 절단이 되는 사고가 나고 서울의 병원에 입원 중이다. 인선이 한 부탁은 제주도에 남겨진 앵무새 '아마'를 돌봐달라는 부탁을 해서 그리 가게 됐지만 고생 끝에 가게 된 외딴 집에 앵무새는 싸늘하게 누워있고 이윽고 단전, 단수가 된 엎친 데 덮친 상황으로 경하의 몸 상태가 좋지 않은지 환각을 보게 된다.

 작가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는데 왜 난 삶을 살아낼수록 인간에 대한 환멸과 냉소만이 남아버릴까 봐 무섭게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