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독서노트

은희경-장미의 이름은 장미

오후의 체셔캣 2022. 4. 24. 09:05

장미의 이름은 장미

은희경

 

뉴욕이 배경인 네 편의 단편소설.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 - "성실함"이란 단어가 생각나는 승아와 "적응력"이란 단어를 붙일 수 있는 민영이 나온다. 뉴욕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민영에게 잡지사 계약직 기간이 다 되가던 승아는 갑작스레 뉴욕행을 택하고 열흘을 신세진다. 나라면 하루면 몰라도 오랜 시간을 친구의 집에서 신세를 지는 뻔뻔함은 생각하지 못할 것 같다. 단 값을 치르는 식이라면 신세를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지만 역시 그러면 안 될 것 같다는 싶다. 여행하는 이에게는 짧은 불편이라고 생각을 할지 몰라도 자신의 공간을 내어준 것이지 제멋대로 집을 정리한다는 것은 불쾌한 생각마저 들기도 하다. 민영은 사실 잘 적응하는 것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유학길과 외국인으로서 차별과 자립에 대한 압박은 알듯도 하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정이라는 것이 있고 그것을 타인들은 알아주지 않으니까 말이다. 사족으로 대학시절 친구가 자취를 잠시 할 때 너무 바쁜 나머지 가보질 못했다. 그런데 후에 이야기를 하면서 그 친구는 내가 오지 않은 것이 플러스가 되었다며 하도 들락거려서 결국 방을 빼게 되었다며 모두의 방이 된 것에 분노하며 말이다.

장미의 이름은 장미 - 마흔여섯의 수진은 뉴욕 맨해튼 헌터 칼리지 어학원에서 영어를 배우게 된다. 그곳에서 함께 공부한 아버지의 강요에 의해 의학을 공부하는 세네갈 대학생 무슬림 마마두는 속이 깊은 것인지 그 까만 눈동자만큼 깊이감으로 그녀가 대충 영어로 둘러대는 거짓을 진심으로 믿는 눈치여서 불편하게 느껴진다. 

양과 시계가 없는 궁전 - 현주는 대학에서 졸업작품으로 피크닉이란 극작품을 발표하고 좋은 반응과 공모전에도 뽑히게 되어 출판사에 취직하려던 생각이 대학원으로 이어지지만 글은 쉽게 써지지 않고 자꾸만 뉴욕으로 도피하듯이 여행을 떠난다. 로언이라는 사람은 그녀와 사랑하는 사이도 친구도 아닌 듯 모호한 관계에서 현주에게 나타난 돌발성 난청이 그녀의 도피성 여행에 대해 경고하는 경고음을 내놓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가씨 유정도 하지 - 오십 대의 중견 작가인 나는 수진이라는 앞의 어학연수를 했던 그분과 동명이인인지 아니면 그녀인지도 모를 여성과 이혼을 했고 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작가 초청을 받고 젊은 작가의 취소로 대타로 뉴욕에 가게 되고 어머니가 같이 여행을 가길 원해서 내키질 않는다. 그가 기억하는 어머니와 어머니의 빛바랜 엽서들 속의 이야기를 보며 아버지 이전의 어머니의 사랑이 존재하고 모자는 코니아일랜드의 겨울바다에서 그들이 떠나보낸 이들의 추억을 생각한다. 어머니는 박형만과의 추억으로 자신은 수진과의 한때를 재생시키면서 알지 못했던 어머니에 대해 알게 된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