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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시선으로부터,

오후의 체셔캣 2021. 12. 5. 13:09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에겐 기본적으로 잔임함이 내재되어 있어. 함부로 굴어도 되겠다 싶으면 바로 튀어나오는 거야. 그걸 인정할 줄 아는지 모르는지에 따라 한 집단의 역겨움 농도가 정해지는 거고."    -P.235 中에서

 

"우리는 추악한 시대를 살면서도 매일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던 그 사람을 닮았으니까. 엉망으로 실패하고 바닥까지 지쳐도 끝내는 계속해냈던 사람이 등을 밀어주었으니까. 세상을 뜬지 십 년이 지나서도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람의 조각이 우리 안에 있으니까."    -P.331 中에서

 

 심시선이라는 여성의 모계 중심 가족사로 전개가 된다. 처음엔 가계도를 그려야 알수 있는 복잡한 자녀들과 손자 손녀들과 함께 할머니 심시선의 10년 만의 제사라며 하와이 가족여행을 한다. 과거에 심시선과 관련된 일들을 회상하며 현재의 상황들을 이야기하며 각자가 생각한 것으로 한자리에서 심시선 여사를 추모한다.

 한국전쟁 때 홀로 살아남아 하와이로 건너가 독일인 화가 마티어스 마우어를 만나서 공부를 시켜주겠다는 말을 믿고 독일로 건너지만 그는 폭력적이며 야만적으로 그녀를 조종하려 하고 그 뒤 뒤셀도르프에서 요세프 리라는 사람과 만나 결혼을 하고 고국으로 돌아오지만 그림 대신 글을 선택한다. 그녀가 쓴 글들은 회고하는 자료로 쓰이고 홍낙환과 재혼을 하지만 남편은 암으로 죽고 그 후에 그녀 또한 생일 다음날 죽게 된다.

 진정 사랑하는 사람인 할머니(심시선)의 제사가 아닌 추도식인 것 같다. 난 이런 할머니를 아니 이런 어른을 가까이에 둔 적이 없어서 시선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진다. 그러나 가족이 되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겠지만 인생에 대한 좀 더 다른 시선을 갖고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든다. 

 시선의 가지에서 뻗어나간 그녀의 자식과 손주들에겐 앞으로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사실 나 또한 화수의 의견에 적잖이 동의하는 바였다. 이 나라가 사람을 소모품으로 여기며 필요에 따라 낳지 마라 낳아라 하며 막상 낳으면 사람들은 함부로 대하며 저밑바닥 지옥으로 몰아넣어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게 한다.

그러면서도 뻔뻔스럽게 바라는 건 왜 그리 많은 건지?

아마도 나조차 힘든 이 세상이 더 힘들어질 것만 같아서 후손을 내어놓는 것이 이기적이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