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독서노트

은희경-빛의 과거

오후의 체셔캣 2021. 6. 26. 10:21

빛의 과거

은희경

 

 김유경이라는 중년 여성이 여자대학 기숙사 시절에 알게 된 기숙사생이었던 동기를 친구 아닌 친구로 오랜 세월 만나게 된다. 그동안 그녀는 무심하게 그녀의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다가 우연한 계기로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라는 소설을 읽어보는데 온통 본인 위주의 자아도취와 왜곡과 과장을 가미한 비판적인 소설이었다. 사실 진짜 공주는 그 오지은이라는 학보사 선배였는데 말이다.

 77년도의 사회적인 분위기와 그 안의 여대 기숙사생들의 여러 면들을 보여주는 그 시대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인간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거기서 거기인 듯 오지은이라는 인물을 살면서 한 번 정도는 만나봤다는 생각과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싶어졌다. 김유경과 오현수를 어느 정도 섞고 이재숙의 촌스러운 느낌을 두세 스푼 섞어놓았기에 말이다.

 그녀 또한 김희진이라는 인물이 한 짓을 소설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김유경의 서늘한 성격 탓인지 그리 연연해하지 않는다. 아마도 사람들은 모두 자기만의 안경이 있어서 그것을 통해 세상과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리곤 오래 남은 잔상을 기억하게 된다.

 그러나 김유경의 성격으론 "그럴 수 있지! 그렇게 자기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지! 그건 그때 너의 시각이었고, 나도 그런 시각을 가지고 있지!"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며 각자 일어난 일들을 기억하는 건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하긴 나 또한 그다지 친구라고 여기지 않는 인간들과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며 속물적인 이야기를 듣고 시간을 때우기도 하면서 도대체 왜 간 걸까 하는 생각을 하면 집으로 터덜터덜 거리며 후회하며 돌아오기 마련이니 말이다.

 <빛의 과거>는 스스로가 기억하는 나는 과연 남이 봤을 때도 같은 것인지 그때를 돌이켜보았지만 뭐 기억은 각자가 받아들이고 기억하기 나름이라서 지금 생각해봤자 알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내 코가 석자인지라 관심도 없었던 것 같다.